프로시니엄. 막이 내리면 퇴장하는 배우들. 그들은 관객으로 돌아갑니다.
이것이 현상인지 종족인지 알 수도 없고, 심지어는 네 개의 바다, 위대한 항로, 산맥의 잔재, 하늘과 심해, 저 거대한 다리 위까지 통틀어 아무도 그들이 누구인지 규명해내지 못했으며, 애초에 대중은 이러한 부류의 인간이 있으리란 인지조차 못했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으므로.


그렇다면, 프로시니엄이라는 명칭을 누가 지었겠습니까? 생각해보면 당사자만이 인식할 수 있는 맹아인 셈입니다. 이전 부활부활열매의 복용자. 그의 절반은 세계 너머로, 그의 절반은 열매의 효과로 잔류하게 되며 스스로의 기억은 불완전함에도… 존재론적 인식이 프로시니엄 존재 증명의 근거가 되어서.
 
“나의 절반이 세계선의 밖으로 걸어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는 남은 절반으로 악마에 의해 이곳에 얽매여있으나 언젠가 합류할 예정입니다.”

 
하는 광인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줄 사람은 몇 없겠지만. 그런 설화가 있다는 정도로 흔적만 남습니다. 사실 증언을 중히 여긴다고 해도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프로시니엄은 죽기 전까지 스스로가 그런 인물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껏 그것으로 판별된 것도 하나뿐이고 그마저 증거라곤 스스로의 주장뿐이기 때문에. 그 결과, 더 연구될 수도 없는 일로 그냥 구전 설화 쯤으로 남습니다. 프로시니엄은 일종의 종족에 붙은 명칭이라기보다, 상술한 특정 개체의 일회적 현상-죽음 이후의 퇴장-을 설화적으로 풀어낸 단어 정도로 규정할 수 있기에. 온갖 종족이 다 모인 토트랜드에서 오직 세 종족이 없는 빅맘의 식탁에 둘러앉는 사람 중 프로시니엄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결론.
 
그러나 부정할 수 없게도.
펜이 멈추고야 깨닫고 맙니다. 아우렐리아는 프로시니엄입니다.
막이 내려간 후에 밝혀집니다. 비비얀로드 역시 프로시니엄입니다.
마스터피스가 완성되자 드러납니다. 솔레이유마저 프로시니엄입니다.
음의 잔향마저 떠나고 명백해집니다. 폴라리스 또한 프로시니엄입니다.
 
죽음 이후의 세계, 그녀는 자의로 책과 무대, 회화와 성가에서 걸어나옵니다. 이야기 속 그녀의 흔적이 지워지고 그가 존재하지 않았던 세계로 다시 쓰여지며, 그 내용을 책 바깥의 세상에서 읽게 됩니다.
 
 
저승에서 온 편지 / 차이 
 
 
#LAUREL 🧡🌹
본래라면 오렐이 떠났던 세계선과 책의 내용은 분리 단절되어야 마땅합니다.
에필로그의 마지막 온점, 등장인물이 퇴장하여 독자가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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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NES 🖤💠
본래라면 이반이 내려온 세계선과 극의 내용은 분리 단절되어야 마땅합니다.
극 중 인물이 막이 내리자 배우는 무대 인사를 건내곤 관객이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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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 💙☀️
본래라면 솔레어가 뛰쳐나온 세계선과 회화 연작 속 내용은 분리 단절되어야 마땅합니다.
마지막 작품에서 피사체가 프레임 너머로 나와 관람객이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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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Y 💜⭐️
본래라면 폴라레가 안녕을 고한 세계선과 성가 속 노랫말은 분리 단절되어야 마땅합니다.
음이 멎자 음률을 부르던 악사는 이내 청중이 되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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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녀에게 기회가 주어집니다.
헤어진 연인에게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